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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칼럼]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는 볼 수 있어요
2024-02-05

지난 호에 이어 라오스 결연아동인 ‘뭉후’(가명)의 가정을 방문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원자이 가족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뭉후의 가족이 살고 있는 시내로 향했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니 집 앞에서 저희를 기다리는 부모님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뭉후는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아빠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엄마, 그리고 동생, 이렇게 네 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어릴 때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는데, 4살 때 눈에 생긴 종기에 마을 사람들이 민간요법으로 진흙과 소똥을 발라 상처를 악화시키는 바람에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라오스 시골 마을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빠의 손에는 굳은살이 많은데, 마사지를 통해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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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후의 아버지
 


뭉후의 부모님 모두 그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키워왔지만, 볼 수 없고, 배울 수 없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발달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프언밋학교 소문을 듣고 아이들을 입학시켜 달라고 부탁하게 되었습니다. 제 나이에 입학하지 못한 뭉후는 두 살 어린 동생들과 공부해야 했습니다. 공용어이자 학습언어인 라오어를 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서의 불편은 물론이고 진로 선택에도 많은 제한이 따르기 때문에 뭉후와 같은 소수민족 학생들에게 라오어 학습은 특히 중요합니다. 처음엔 라오어를 못해 배움도, 친구를 사귀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지금은 당당히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부쩍 실력이 늘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장애가 있는 부모님을 돌보며 일찍 철이 들어 의젓하고 과묵하기만 했던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아이다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있기도 합니다. 부모님은 뭉후가 학교에 다닌 이후, 눈에 띄게 달라졌고, 무엇보다 책을 읽을 수 있어서 한없이 기뻤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특한 뭉후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데 넉넉지 못한 여건은 부모님을 슬프게 합니다. 일의 특성상 시내를 벗어나긴 어려운데 월세가 올라 부담이 가중된 데다가 시설이 빈약하다 보니 추운 겨울에는 손님마저 뚝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부족한 부모라서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아빠를 보면서 그가 짊어진 가장의 무게가 느껴져 안타까웠습니다. 고목나무처럼 거칠어진 아빠의 손은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쉴 틈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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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후 아빠가 일하시는 공간



엄마는 함께 가정방문을 간 현지 직원에게 뭉후 동생의 교복을 사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다른 부모님들은 학교에 방문하여 아이 교복을 맞추는데 누가 도와주지 않는 이상 학교 방문이 어려운 부모님은 아직 한 번도 학교에 가보지 못했습니다. 비록, 학교에서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변화된 아이의 모습을 통해 아이가 어떤 사랑을 받고 있는지 충분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 사랑에 대해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며 아이를 향한 사랑의 손길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계속될 수 있기를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쌀이 거의 다 떨어져 가던 가정에 기적처럼 쌀과 계란을 전달하고 돌아오는 길은 안도감과 안타까움, 기쁨과 슬픔의 여러 감정들이 교차해 복잡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하루만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이 가장 보고 싶냐고 물었더니 어떤 이가 말하더군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가장 먼저, 가장 오랫동안 보고 싶다”고요. 뭉후 아빠라면 어떻게 말했을까요? 사랑하는 아들, 뭉후의 자랑스런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아니었을까요?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아빠의 마음으로는 항상 보고 있을 아들 뭉후. 그 아이가 아빠가 보지 못한 아름다운 세상, 경험하지 못한 더 넓은 세상을 아빠의 몫까지 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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