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드에 60년 만에 온 많은 비로 인해 쪽배를 타고 우물이 없는 학교를 찾아 우물펌프를 해주려고 다녔습니다.
도착한 학교의 작은 교실에는 아이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습니다. 비록 쪽배를 타고 등하교를 하고 있었지만, 피곤한 것도 모르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그곳은 약 600여 명이 물 없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우물 없는 학교에 우물을 해주고 오는 날이면 마음이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우물을 후원하신 분들은 자신의 후원으로 몇백 명의 아이들이 물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아실까요? 작은 정성으로 수백 명의 아이들이 씻고 마실 수 있게 되는 것은 기적입니다.
쪽배를 타고 학교 가는 길
이곳에서 만난 마호메트라는 아이는 어릴 때 주사를 잘못 맞아 왼쪽 다리가 약 7cm가량 짧았습니다. 프렌즈 후원으로 한국에서 튼튼한 신발을 살 수 있었고, 차드로 돌아와서 아이에게 맞게 굽을 붙여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구두를 수선해 제작했습니다. 그 신발을 신고 다닌 아이는 평소보다 다리를 저는 각도가 확연히 줄어들었고, 허리 통증도 많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찌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이후에도 후원금으로 아이의 발이 자랄 때마다 세 켤레 정도 새롭게 신발을 맞춰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 아버지가 다음날 저를 돕겠다고 하면서 요청하지 않았던 일들을 먼저 나서서 해주었는데, 아이의 변화에 대해 고맙다는 표현을 이렇게 대신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또한 작은 기적입니다.
그런가 하면, 가끔은 ‘인생의 모퉁이 길에 무엇이 있는지 먼저 안다면, 피해 가고 돌아서 갈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최근 차드에 있는 한국인 활동가의 아내(40대 초반)가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곧바로 차드에서 가장 큰 병원을 갔는데 CT와 MRI를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6개월 전부터 기계 배터리를 외국에 주문했는데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차드의 의료시설이 열악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새롭게 실감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프랑스나 한국으로 빠르게 이송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일정들도 쉽지 않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수많은 분들이 함께 후원해주신 덕분에 전용 비행 운송비가 마련되어 한국에서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치료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은 환자가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이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계속 그렇게 힘을 내어 걷다 보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이고 살 길이 열린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이 안 보여도 소망을 붙잡고 가면 그것이 곧 길이고 진리라는 것을 말입니다.
한국을 떠나올 때 어쩌면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는 어머님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눈물을 흘리며 차드로 들어왔습니다. 언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쇠약해지신 어머님을 두고 차드에 와 마음의 눈물을 흘리면서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 어머니를 두고 차드에 왔으니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이곳에서 내게 맡겨진 일들을 정말 잘해야겠다고 말입니다. 감사하게도 바람 앞에 등불 같았던 어머니의 건강은 더 이상 나빠지시지 않고 하루하루 잘 지내심에 매일 이렇게 고백합니다. “오늘 하루도 어머니가 잘 보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도 저는 더 열심히 차드에서 살겠습니다.”
우물이 생겨서 너무 기뻐요!
많은 일들 속에서 지금까지 저와 마하나임 아이들이 아무 일 없이 지내 온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은혜요 기적이었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모든 일들이 아무 문제 없이 순탄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뿐,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모든 것이 그분의 허락된 시간 안에 있음을, 그래서 오늘 주어진 하루를 더 소중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소중히 허락된 하루를 오늘도 최선을 다해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