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네갈의 김이빛 활동가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김이빛 활동가가 모자보건사업을 시작하게 된 남다른 이유가 있는데, 세네갈에서 둘째를 출산한 후 수도인 다카에서 멀리 떨어진 풀라 종족의 한 마을(칠레부바카르)에 들어가 살면서 마주하게 된 현실 때문입니다. 임신과 출산율은 높지만, 의료시설과 의료적 접근성은 매우 열악한 환경을 몸소 겪으며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프렌즈와 함께 코이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기관의 통합적 역량 강화와 사업 수행을 위한 현지 조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관계자 회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먼저 지역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심한 결과, ① 현지 보건소의 모자보건 진단 역량 강화 ② 마을 보건 활동가의 모자보건 서비스 제공 역량 강화 ③ 지역 사회 인식 개선이라는 3가지 목표를 세우고,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방문하여 다양한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지역 의사와 간호사, 조산사를 비롯하여 ASC(Agents de santé communautaire; 지역보건요원책임자), 바젱고(Bajenu Gox; 마을 여성리더), 마트론(Matrone; 산파), 를레(Relais; 건강증진활동가)와 같은 비전문 보건인력을 만났습니다. 또한, 가임기 여성과 배우자, 가족을 만나고, 여러 의료시설의 인력과 시설 및 기자재 현황도 파악했습니다. 칠레부바카르 시청과 보건국 등 주요 담당 공무원을 만나기도 했고, 코이카 사무소를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조사 중에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현지 코디네이터조차 다른 현지 안내인의 도움을 받아서 찾아갈 수 있는 내지 마을을 방문했을 때 들은 내용입니다. 이 마을에서는 임산부나 산모가 상급 의료 기관으로 이동해야 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차량이 없어서 마차를 타고 험한 길을 이동해야 하는데, 우기 때는 많은 비로 마을이 고립되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도 응급상황에서 마차를 타고 나오다 마을을 빠져나오지 못한 산모와 아기가 모두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낡은 매트리스와 마차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의료서비스를 담당하는 중앙보건소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하르마탄(모래폭풍)과 50도가 넘는 무더위를 막아줄 수 없는 노후화된 시설, 부족한 인력과 의료 장비로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산모들은 별도의 대기실도 없어서 일반 환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출산을 기다려야 했고, 출산 과정의 고통을 고스란히 함께 느끼면서 대기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낡을 대로 낡아버려 당장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침대와 시트였습니다. 가장 중요한 중앙보건소의 상황이 이러하니, 그 외 보건소의 상황은 어떠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막상 말로만 들었던 현실을 마주하니, 이곳의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어떤 것부터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마치고 귀국하니,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세네갈 사정을 알게 된 세비아학교(구 왕가의아이들) 원장님이 세네갈 엄마와 아기들을 위해서 아이들과 바자회를 연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사리손으로 직접 준비한 아이들의 노력으로 매트리스 8개와 시트 60개를 후원할 수 있었고, 이렇게 세네갈 모자보건사업의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결연 아동의 어머니가 새로운 매트리스와 시트에서 예쁜 아가를 출산하였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