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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칼럼] 난민지원 활동의 시작과 소명②
2025-04-03

지금까지 12년 동안 난민을 보살피고 보듬어 주며, 난민들을 위한 일터공동체 센터를 만들어 난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했습니다.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마음의 문을 열고 친구가 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며, 오히려 상처를 받을 때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전혀 쉽지 않았던 난민 구호 활동을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던 첫 시작점은 이집트였습니다. 당시 이집트에는 종교, 정치적 분쟁으로 인해 국경을 넘어온 많은 수단 난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단 난민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벽을 허물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쉽게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는데, 난민과 저희를 맺어준 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시죠? 그것은 매우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바로 입니다.


이제부터 으로 시작한 난민 사역의 첫걸음, 그 기적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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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공장 식사 나눔

수단 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접점을 고민하던 어느 날, 아내는 수단 난민  청년들이 하루 한 끼만 먹고 다닌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저희가 사는 옥탑방 집으로 초대해서 밥을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여러 번 청년들을 초청해서 밥을 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어하던 이들도 저희의 진심을 알게 되자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고, 서로 깊은 생각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아내는 수단 청년들의 밥 공장 사장님이 되었고, 저는 이들에게 옥탑방 맨바닥에서 카이로의 뜨거운 햇볕보다 더 뜨겁게 태권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이었으나, 상처받은 이들의 굳게 닫혀있던 마음 문을 연 것은, 다름 아니라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을 향한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이었습니다.


이것이 기적의 출발점이 되었고, 저 자신도 믿을 수 없었지만, 옥탑방 밥 공장과 맨바닥 태권도로 20명이 모일 만큼 입소문을 탔습니다. 20명의 청년이 같이 밥을 먹고 땀을 뻘뻘 흘리며 태권도를 수련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신나고 멋있지 않은지요? 하나님께서 주신 특별한 지혜로 그렇게 수난 난민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섬기는 것이 언제나 기쁜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도움만 받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접근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실망도 했지만, 나라와 집을 잃고 모든 소망마저 끊어져 버린 난민들을 생각하면, 이들을 돕는 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난민은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사랑하는 조국을 떠나 머나먼 타지에 가서 살아야만 했던 우리의 선조들 역시 난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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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탑방 태권도


지금 전 세계는 역사상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하고 있고,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20244월 기준, 난민이 12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시리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레바논 등에서 수많은 이념적, 종교적, 정치적 분쟁, 그리고 박해와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발생하게 될 난민이 더해지면, 비공식적으로 2억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서, 20212,341, 202211,539, 202318,837명으로 최근 3년간 기하급수적으로 그 숫자가 증가했습니다. 이제는 지구촌 곳곳에서 난민을 만나는 것이 어렵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이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시작하여 현재 독일에 이르기까지 지난 12년을 돌아보면, 난민을 위한 사역을 기적처럼 시작하신 이도, 앞으로 이끄실 이도 하나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이 시대 가장 긴급하고 중요한 난민 사역을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달려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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